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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발견하다 보면, 그것이 주는 좋은 음악 큐레이션만큼 댓글에서 받는 영감도 만만찮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새로운 플레이리스트를 찾던 중 내게 영감을 주는 댓글을 발견했다.

21세기는 과연 낭만이 사라진 시절인가? 반사적으로 공감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학교 생활 후반부를 함께했던 천체관측 동아리 KUAAA에서 오랫동안 받았던 지배적인 정서가 낭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지금도 원한다면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시절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동아리는 졸업을 하는 올해 여름을 마지막으로 5년정도 활동을 하게 되었다. 적지 않은 기간동안 스스로(와 스스로를 아우르는 것)도 많이 변했고, 이 동아리를 비롯하여 학생 사회의 분위기와 문화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2020년 이후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의 큰 변화에 휩쓸려 가기도 하였다. 그 변화의 구체적인 내용을 전부 떠올려 여기 적기는 어렵지만, 큰 기조만 생각해 보자면 사람들은 점점 더 살아가기 팍팍해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살아가기 위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더 일찍 어려운 내용¹을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학생 사회와 동아리는 이러한 여파를 많이 받아 그 ‘위상' 이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있었고, 순수한 낭만과는 거리를 두기 쉬운 시절이 되어가고 있었다. 위 댓글을 쓴 사람이 생각했던 바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동아리의 분위기는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모든 동아리원들이 이렇게 생각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동아리는 적어도 상당히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내 마음을 잠시 눕혀놓고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며 날씨 좋은 날 돗자리에 누워서 별을 보면 현실의 걱정거리를 잠시 덮어둘 수 있게 된다. 이런 중독적인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기에 밤샘 운전을 자처하면서까지도 별을 참 많이 봤던 것 같다. ‘마음을 눕히는' 일은 단지 별을 보면서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동아리방에서도 꽤 자주 느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참 좋았기 때문이다.

동아리를 하면서 경험했던 바는 팍팍한 이 시절에도 낭만은 존재하고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근거가 되었다. 낭만을 느낀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지만, 나는 낭만이 가진 선순환의 힘을 믿는다.


  1. 회사에 취업할 수 있을 정도의 전공 지식 혹은 직무 적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