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과 자연의 중요성
새로 살게 된 곳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처음에는 요새 덜 피곤해져서 그런건가 싶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피로도로 원래 살던 곳에서 잘 때는 평소대로 정오까지 아침 잠을 자는 경우가 많았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답은 방향에 있었다.
새로운 곳(이하 서울)은 남동향이고, 원래 살던 곳(이하 동탄)은 정남향이다. 동탄 집의 경우에도 해가 잘 들어오는 편이지만, 아침에는 해가 비스듬하게 들어오기도 하고 옆 건물에 막혀 일조량이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서울은 겨울인데도 오전 8시 정도만 되면 해가 쨍하다. 대신 오후 1시 정도만 되어도 옆 건물에 해가 가려 추워지기 시작하고, 요근래 예쁘게 지는 노을도 집에서는 볼 수 없다.
총 일조량이 비슷하다는 가정 하에 정남향, 남동향과 남서향은 각각 다른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남동향은 오전에 경쾌하고 남서향은 집에서 예쁜 노을을 볼 수 있다. 정남향은 총 일조량은 제일 많지만 남동향과 남서향의 장점이 모두 없을 수도 있다. 사는 곳을 정할 때 총 일조량이 많으면 좋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방향을 선택하는건 개개인의 취향과 우선순위를 따라간다. 어떤 사람은 노을이 좋아 남서향을 선택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나와 비슷한 이유로 남동향만 고집할 수도 있겠거니 싶다. 암막커튼을 치고 자는 사람들에게는 일조량 자체가 중요하지 않은 요소일 수도 있다.
햇볕 하나 생각하다 든 생각인데, 특히 현대 사회는 사회가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지만, 사회를 가장 강하게 규정하는 근본은 역설적으로 자연인 것 같다. 누군가는 아니라고도 생각하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