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min read

사울 레이터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문화생활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특히 초반에는 사진보다는 미술사를 따라가는 그림을 위주로 감상하게 되었던 것 같다. 사진을 등한시하게 되는 이유로는 독특한 표현 양상과 미술사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지만, 사진술에 대한 진입장벽이 너무나도 낮아진 것 또한 한 몫을 했던 것 같다. 마음에 드는 상황을 포착하는데 채 5초가 걸리지 않을 뿐더러 아무런 준비조차 필요없는 세상이 도래하였기 때문이다.

사울 레이터가 활동했던 20세기에는 지금보다 사진 한 컷이 가지게 될 의미가 컸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의 프레임에서 차지하는 대부분의 영역은 그의 관심사로 두지 않았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역설적으로, 그의 사진 속 관심사에 우리가 몰입하게 만들어 주었다. 지금의 우리가 사울 레이터의 사진전을 보게 되는 이유이자 그를 회고하는(또는, 잊지 못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였다. 사진에서 느껴지는 어렴풋한 몰입감은 최근 많이 생각했던 주제 중 하나인 '사진에 대한 스스로의 자세에 들었던 회의감'의 약간의 해답이 되었다.

필름카메라를 다루어 보면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다중노출이 많이 등장해서 신기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사진 찍는 사람이라면 다들 다중노출 정도는 할 줄 알았던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