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x-s10
1년도 더 된 이야기이긴 한데, 한 때 카메라로는 천체사진만을 찍고 조금 더 '가벼운'(일상적인) 사진은 핸드폰으로만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천체사진을 찍기 위한 카메라로 소니 A7R2를 썼고, 아이폰 XS를 12 프로로 바꾸면서 사진을 많이 찍곤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일상용으로 쓰려고 A7R3을 가져오기도 했는데, 이상하게 손에 잘 잡혀 거의 안 쓰고 사진을 잘 찍는 후배에게 몇 번 빌려주기만 했다. 그 카메라를 처분하기로 결심하면서 조금 더 편하게 쓸 수 있는 카메라를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결론적으로 후지 x-s10으로 기변했는데, 소니 A7C가 아닌 후지필름을 선택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특이한 구조의 카메라 센서에서 오는 사진 색감과 같은 특징들을 경험해보고 싶었던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필름 시뮬레이션' 이라고 부르는 자체 후보정 기능의 평이 꽤 좋았던 점, 판형에 비해 카메라와 렌즈의 만듦새가 좋은 점, 주변에 후지필름을 쓰는 사람이 꽤 많았고 그 사람들이 모두 만족하면서 쓰고 있다는 점도 후지 카메라를 써보고 싶게 만들어 준 이유들이었다.
카메라는 딱 예상한 만큼 작고 가볍고 쓰기 편하다. X-Trans 패턴의 센서 구조는 신기할 정도로 컬러 노이즈가 적었고 고감도 노이즈도 봐줄만한 느낌이다. 소니 풀프레임 계열마냥 엄청나게 화질이 좋지는 않은데, 이건 고화소 바디에서 되돌아와서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필름 시뮬레이션은 사진을 찍은 후에도 후보정 단계에서 RAW 프로필 형태로 고를 수 있는데, 이게 후보정을 엄청 편하게 만들어 준다. 아이폰에서 RAW로 찍은 사진을 후보정해서 올리는 것과 워크플로우가 완전 똑같아서 폰카와 카메라에서 찍은 사진을 구분 없이 찍고, 보정하고 사진첩에 보관하고 있다.
사진을 찍는 과정뿐만 아니라 보정하는 과정도 부담없이 편해졌기에, 앞으로도 자주 쓰게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