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비정기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가장 처음 본 메시지였다.
살짝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방에 누워서 단톡방을 올려다보니, 웬걸 사다리게임이라고 표시된 메시지가 있었다. 클릭해 보니 내 프로필 사진이 떠 있었고, 그 밑에는 ‘소감문쓰기’ 라는 멘트가 표시되어 있었다. 카카오톡에서 사다리게임을 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내가 소감문을 써야하는게 맞는지 반신반의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조금 뒤에 할 출근을 위해 잠시 눈을 붙였다.
출근을 하고 나서 다시 단톡방을 보고, “ᄏᄏᄏᄏᄏᄏᄏ화이팅ᅲ”, “부탁할게요~” 따위의 멘트가 달린 것을 보아하니 내가 맞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써야 한다면 써야지 뭐.
사실은 이번 비정기는 당일까지 갈 생각이 없었다. 당장 일주일 뒤에 가게 될 캐나다 여행준비도 해야하고(이 글은 지금 캐나다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쓰고 있다), 개인적인 일 준비로 이래저래 바쁘기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는 몸 상태도 좋은 편이 아니라 동아리 행사도 많이 나가지 않았던 참이었다. 게다가 비정기 당일날에는 회사 팀 회식도 잡혀있어서, 이래저래 갈만한 상황이 아니었기도 했다.
퇴근하고 회사 회식 장소로 이동하면서 규호가 비정기를 모집하는 글을 보고 더더욱 아쉬웠다. 회식 장소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걸까. 흑돼지를 먹었는데, 안암의 제주고깃집이 이딴 곳 보다는 훨씬 더 나을 것 같다. 시끄러워서 팀원들끼리 이야기를 많이 하지 못 했고, 그래서 그런지 생각보다 일찍 파했다. 최소 아홉 시는 되어야지 파할줄 알았는데, 여덟 시를 갓 넘기고 나니 다들 뿔뿔히 흩어졌다. 인사를 하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있었다.
‘이건 각이다.’
뭐에 홀린듯하게 동시에 규호랑 민구, 재건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만약 이미 출발했다면, 차를 타고 그냥 따로 합류를 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다행히 집에 들려서 정리하고 짐을 싸고 안암에 도착해도 괜찮을 정도로 출발 시간이 여유로웠다. 시트를 하나 접어서 사람을 두 명밖에 못 태워야 할 정도로 짐을 많이 챙겼다. 거의 동아리방을 털어가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목적지인 굴봉산 서천분교로 향했다.
굴봉산은 이번에 처음 가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하늘이 좋았다. 장소도 넓직했고,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근처에 편의점이 있다는 점이었다.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예전에는 꽤 자주 왔었다고 했다. 요즘에는 보통 자동차가 꼈기 때문에 굴봉산을 오게 될 일이 별로 없어서 이번에 처음 오게 되었다. 뭔가 앞으로 자동차로 오게 되더라도 굴봉산을 자주 와야지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대중교통으로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며 빠르게 카메라로 점상 몇 장을 찍고 구도 그대로 타임랩스를 돌렸다. 이어서 촬영용 적도의와 망원경을 세팅하던 참에 다른 사람들이 합류했다. 이번에 처음 비정기를 오게 된 사람들도 꽤 있어서, 여기저기서 보이는 별을 보고 감탄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근처에 있는 가로등을 끄니 하늘이 더 볼만했다. 정호형은 곧바로 다른 사람들에게 별자리를 설명해주었고, 돕소니안식 망원경으로 여러 천체들을 보여주었다. 아까 설치하던 망원경을 이어서 설치하면서, 이번학기 관측부장인 재건님과 말을 트게 되었다.
갑자기 하늘의 별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뭔가 하고 촬영중이던 타임랩스를 보니, 구름(나중에 안개로 밝혀졌다)이 넘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 안개는 빠르게 천정을 덮었다. 동시에 습도도 미친듯이 올라갔다. 그렇게 탁 트인 하늘과 청명한 별들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근처에 편의점이 보였을 때부터 적당히 관측회가 무르익었을 때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서 끓여먹고 싶었었다. 마침 하늘도 닫혔고 촬영 중인 카메라의 배터리도 다 되어서 차를 타고 편의점으로 이동했다. 컵라면을 두 개씩 들고 다시 관측지로 이동을 했는데, 이동 중에 왕뚜껑 하나가 뚜껑이 깨져서 현우가 좀 애를 먹었다. 현우야, 고생 많았고 앞으로는 왕뚜껑은 양 손으로 잡도록 하자. 다행히 컵라면은 다들 맛있게 먹었다.
닫힌 하늘은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더 심하게 뿌얘졌다.
결국에는 일찍 장비를 정리하고 첫 차를 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역으로 향했다. 나는 운전과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자동차 안에서 눈을 붙였다. 잠깐씩 깨면서 영우, 정호형, 연진이, 재건이, 현우, 예림이 등 자동차를 들락날락 하던 사람들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했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랜만에 보는 사람도 있었고, 익숙한 사람도 있었고 새로 친해진 사람들도 있었다. 쿠아 이야기도 하고 요즘 개인적으로 준비하던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 주는 등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맑은 하늘과 별이 순식간에 사라진것은 정말 아쉬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느끼는 비정기 관측회의 진짜 묘미는 사람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게 아닌가 싶다. 쿠아를 이루는 것은 사람이고, 쿠아의 가장 소중한 자산은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별을 통해 만나고, 별을 보며 자라고, 별과 함께 추억을 만드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