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min read

사적인서점 방문 후기

2020년 9월 14일 작성. 현재(2022년) 사적인서점은 마포구로 이전하였습니다.

건물 안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안 보여서 찾아가는 과정에서 헤맸다. 놀랍게도 교보문고 잠실점 내에 숍인숍 형태로 입점하고 있었다. 알고보니 교보문고 잠실점은 올해 7월 경 리모델링을 했었고, 사적인서점은 원래 홍대에 있었다고 한다. 사실 '독립서점이 어떻게 비싼 잠실 한복판에 위치해있지?'라는 의문이 조금 있었는데, 교보문고와의 협업이 있었다고 하면 이해가 된다.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를 읽은 후 사적인서점과 정지혜 대표님을 알게 되었다. 독서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던 찰나(그 책의 영향이 크다) 조금 더 다양한 독서의 세계를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에 상담 프로그램을 신청해 보았다. 이야기를 주고받은 후 세 권의 책을 추천받는다. 그 책을 잘 읽어서 그런지 상담에 대한 기대가 꽤 컸음에도 불구하고 상담과 추천받은 책들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상담이 끝난 후에는 상담 말미에 골랐던 책을 상자에 담아주신다(책 한 권은 상담비용에 포함). 나머지 두 권은 그 자리에서 구매할 수도 구매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책 제목만 알고 가서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e북이 있으면 e북을 더 선호하는 나는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나머지 두 권도 같이 구매해버렸다. 그 이유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좋은 경험에 대한 감사에서 기인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일을 하고 삶을 살아가다 보면 참 다양한 사람들이랑 부딪히게 된다. 그 중에서는 나랑 맞는 유형이 있고, 그렇지 않은 유형이 있다. 사적인서점과 정지혜 대표님은 나랑 잘 맞았던 것 같다. 사실 누군가와는 당연히 안 맞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이런 느낌을 주는 가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개인의 취향을 망각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누군가는 그들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는 것. 그리고 그들이 자신들의 호불호를 그냥 속시원하게 표현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상생'의 표본을 보여준 교보문고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수요가 한정적인 시장에서 플레이어가 늘어나면서 기성 대형 사업체와 소형 사업체가 모두 힘들어하는 현상이 여러 분야에서 관찰되고 있다. 이런 시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경쟁'이 아닌 '상생'이라고 생각한다. 사적인서점이 교보문고 잠실점 내에 입점하면서, 교보문고와 사적인서점은 서로 가지고 있는 것들을 주고받으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생 관계가 된 것이다.

추천받은 책을 다 읽으면 또 방문할 생각이다.